AI 시대의 조세·재정 정책 — 최신 연구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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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혁신이 가져오는 경제·사회적 변화에 정책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두 편의 칼럼에서 필자는 재분배(redistribution), 사전분배(predistribution), 그리고 조향(steering)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필자의 주된 관심사 중의 하나는 조세와 재정정책의 역할이다. AI가 경제의 구조를 바꾼다면, 그 경제에서 정부는 무엇에 세금을 매기고 어디에 돈을 써야 하는가.

시의적절하게도, 올해 전미경제연구소(NBER)에서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 워킹페이퍼 두 편이 잇달아 나왔기에 소개한다. 하나는 2월에 나온 앤톤 코리네크(Anton Korinek)와 리 록우드(Lee Lockwood)의 「Public Finance in the Age of AI: A Primer (AI시대의 공공재정)」 이고, 다른 하나는 7월에 나온 캐런 다이넌(Karen Dynan), 더글러스 엘먼도프(Douglas Elmendorf), 루이즈 샤이너(Louise Sheiner)의 「How Might Fiscal Policy Respond to the Rise of Artificial Intelligence? (AI의 부상에 재정정책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 다. 전자가 최적과세론이라는 전통적 조세 이론의 렌즈로 AI 시대 조세체계의 설계도를 그린다면, 후자는 미국 의회예산처(CBO)의 장기 재정전망 위에서 향후 30년의 시나리오별 정책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후자의 저자 면면도 눈길을 끈다. 다이넌은 미국 재무부 경제정책 차관보 겸 수석이코노미스트(2014~2017)를, 엘먼도프는 의회예산처장(2009~2015)을 지냈고, 샤이너는 브루킹스연구소 허친스 재정·통화정책센터의 정책실장(policy director)이다. 미국 재정의 ‘계산’을 실제로 책임졌던 사람들이 AI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엘먼도프는 한 인터뷰에서, AI가 어떤 효과를 낼지에 대한 추측은 넘쳐나는 반면 재정정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때 예산 당국에 몸담았던 필자의 눈에 두 논문이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둘 모두 하나의 중요한 전제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AI는 경제의 파이를 키울 뿐 아니라, 그 파이를 나누는 비율 자체를 바꾼다. 이 글에서는 먼저 이 공통 전제를 짚고, 두 논문을 차례로 자세히 소개한 뒤, 우리 사회가 여기서 무엇을 읽어 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겠다.

A뿐만이 아니라 α가 움직인다

경제학 원론에서 배우는 콥-더글러스(Cobb-Douglas) 생산함수에서 출발해 보자.

$$ Y = A\,L^{\alpha}K^{1-\alpha} $$

Y는 산출, L은 노동, K는 자본, A는 총요소생산성(TFP)이다. 요소시장이 경쟁적이라면 지수 α는 곧 노동소득분배율(국민소득 가운데 노동에 돌아가는 몫)이고, 1−α는 자본소득분배율이다.

전통적인 성장론에서 기술 진보는 주로 A의 상승으로 표현되었다. A가 오르면 파이가 커지지만, 노동과 자본이 그 파이를 나누는 비율 α는 그대로다. 니컬러스 칼도어(Nicholas Kaldor)가 1961년에 정리한 경제성장의 정형화된 사실(stylized facts) 가운데 하나도, 장기적으로 요소소득분배율이 대체로 안정적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세계에서는 근로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조세체계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파이가 커지는 만큼 과세 대상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AI와 재정을 다루는 연구들은 다른 가정에서 출발한다. AI는 A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α를 바꾼다. 자동화(automation)로 인해 노동이 하던 일을 기계가 넘겨받으면, 파이가 커지는 것과 별개로 노동에 돌아가는 몫 자체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직관을 가장 깔끔하게 정식화한 것이 다론 아제모을루(Daron Acemoglu)와 파스쿠알 레스트레포(Pascual Restrepo)의 과업 기반 모형(task-based model) 이다. 이들은 「Automation and New Tasks: How Technology Displaces and Reinstates Labor」(2019)에서 생산을 수많은 과업(task)의 결합으로 보고, 과업의 범위를 N−1에서 N 사이로 놓는다. 이 가운데 I 이하의 과업은 자동화되어 자본(기계·소프트웨어)이 수행하고, I와 N 사이의 과업은 노동이 수행한다. 따라서 I의 상승은 자동화(automation) 를, N의 상승은 노동이 비교우위를 갖는 새로운 과업의 창출(reinstatement) 을 뜻한다.

흥미로운 것은 과업 사이의 대체탄력성이 1인 특수한 경우다. 저자들이 명시하듯 이때 생산함수는 콥-더글러스가 되고, 노동이 담당하는 과업의 비중은 정확히 N−I가 된다. 즉,

$$ Y = \tilde{A}\,L^{\,N-I}\,K^{\,1-(N-I)}, \qquad \alpha = N - I $$

이다(Ã는 총요소생산성과 요소증강형 기술을 한데 모은 항이다). 콥-더글러스의 α가 더 이상 고정된 기술 상수가 아니라, 어떤 과업을 누가 하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변수가 되는 것이다. 자동화(I↑)는 α를 낮추고(대체 효과, displacement effect), 새로운 과업(N↑)은 α를 높인다(복원 효과, reinstatement effect). 반면 노동이나 자본을 모든 과업에서 고르게 더 생산적으로 만드는 요소증강형 기술은 Ã만 바꿀 뿐 α는 건드리지 않는다. 자동화는 언제나 부가가치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몫을 낮춘다.

이것은 이론적 가능성에 그치지 않는다. 같은 논문에서 저자들은 미국 산업자료를 분해해, 1947~1987년에는 자동화의 대체 효과와 새로운 과업의 복원 효과가 거의 맞먹었지만, 1987~2017년에는 대체 효과가 빨라지고 복원 효과가 약해지면서 과업 구성의 변화만으로 노동 수요가 누적 10% 줄었다고 추정했다. α를 끌어내리는 힘은 생성형 AI 이전부터 이미 작동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 틀로 보면 지난 칼럼의 노동친화적 AI(PWAI)와 조향 논의는 결국 N을 키우는 쪽으로 기술을 유도하자는 이야기다. 2023년 칼럼에서 필자는 AI가 “진정한 노동 보완적 기술 진보"가 될 잠재력을 지녔다고 썼는데, 그 잠재력이 실현될지 여부도 결국 자동화와 새로운 과업 사이의 이 경주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번에 다룰 두 논문은 그 반대편, 곧 I가 N보다 빠르게 움직여 α가 내려갈 때 재정에 무슨 일이 생기는가를 묻는다. 코리네크·록우드의 이론 모형은 노동소득분배율이 0에 가까워지는 극한을 정면으로 분석하고, 다이넌 외의 시나리오 분석은 A만 오르는 세계와 α까지 움직이는 세계를 나란히 놓고 재정 효과를 비교한다.

1. Korinek & Lockwood: 조세 기반이 차례로 무너진다

Anton Korinek & Lee M. Lockwood (2026), 「Public Finance in the Age of AI: A Primer」, NBER Working Paper No. 34873 (2026년 2월).

재분배가 가장 필요할 때 세원이 사라진다

오늘날 선진국 정부는 세금의 대부분을 근로소득에서 걷고, 부가가치세 같은 소비세로 이를 보완한다. 그런데 AI가 사실상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어떻게 될까. 저자들은 이런 AI를 ‘변혁적 AI(transformative AI, TAI)‘라 부르고,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사실상 모든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기계라고 정의한다.

저자들의 경고는 간명하다. 사람이 일을 덜 하게 되면 근로소득이라는 세원이 줄어든다. 그런데 바로 그때가 재분배가 가장 필요한 때다. 즉, 전통적인 세원이 재분배의 필요가 가장 클 바로 그 시점에 잠식될 수 있다. 세금을 가장 많이 걷어야 할 때 세금의 기둥이 무너지는 셈이다.

(물론 저자들도 대규모 노동 대체가 확실한 미래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많은 전문가가 예상하는 시나리오이면서, 동시에 정책 처방을 가장 크게 다시 생각해야 하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분석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설명이다.)

두 단계로 나눈 AI 전환

논문은 AI 전환을 두 단계로 나눈다. 1단계는 ‘노동 이후 경제(post-labor economy)’ 로, 노동의 역할은 줄어들지만 자원을 소비하는 주체는 여전히 사람이다. 2단계는 ‘AGI 중심 경제(AGI-centered economy)’ 로, 자율적인 범용인공지능(AGI)이 경제적 가치의 대부분을 생산할 뿐 아니라 자원도 점점 더 많이 흡수한다. 각 단계에서 세금의 주인공은 다음과 같이 바뀐다.

단계경제의 모습근로소득세소비세자본과세
현재사람이 일하고, 사람이 소비한다주 역할보조보조
1단계: 노동 이후 경제AI가 대부분의 일을 하지만, 소비는 사람이 한다–주 역할보조
2단계: AGI 중심 경제AI가 생산도 하고, 자원도 흡수한다––주 역할

저자들은 이 표에서 빈칸(–)이 차례로 늘어나는 모습이, 지금 현대 국가를 지탱하는 조세 수단들이 AI의 전환 과정에서 차례로 무의미해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쓴다.

1단계: 노동 이후 경제 — 소비세가 주인공이 된다

사람의 노동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면, 근로소득세로 아무리 세율을 올려도 걷을 수 있는 세금 자체가 줄어든다. 논문은 노동의 비중이 0에 가까워지면 근로소득세로 거둘 수 있는 최대 세수도 0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보인다. 과세 대상이 사라지면 세율을 올려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으로 세금을 걷어야 할까? 저자들의 답은 소비세다.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아도 소비는 계속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동이 사라진 경제에서는 소비세가 사실상 “이미 가진 부(富)에 대한 세금"처럼 작동해서, 경제를 크게 왜곡하지 않으면서 재분배를 할 수 있다.

규모를 가늠할 수 있도록 논문은 미국 사례를 계산해 보인다. 지금처럼 GDP의 약 25%를 세금으로 걷으려면, 모두 소득세로 걷을 때는 세율이 약 31%, 모두 소비세로 걷을 때는 약 37.5%가 필요하다.

2단계: AGI 중심 경제 — ‘최적 수확’의 문제

2단계는 더 먼 미래의 이야기다. 소수의 소비포화(consumption-saturated) 소유자가 AI 산업을 소유하고, AI 수익 대부분은 소비되지 않고 재투자된다. 이 경우 노동과세로도 소비과세로도 수익을 흡수할 수 없다. 남는 것은 AI가 축적한 자본 자체에 과세하는 것뿐이다.

다만, 저자들은 AI 자본 과세를 고민할 때 “최적 수확(optimal harvesting)”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물고기를 너무 많이 잡으면 내년에 잡을 물고기가 없고, 너무 적게 잡으면 지금 먹을 것이 없다. 마찬가지로 AI 자본에서 세금을 너무 많이 걷으면 AI가 성장하지 못하고, 너무 적게 걷으면 사람들이 지금 누릴 몫이 줄어든다.

단순한 모형에서 저자들이 얻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AI 자본에 대한 최적 세율은 사람들이 미래를 얼마나 할인하는지(시간선호)와 같다. 흔히 추정하는 값으로 보면 약 4%다. 미래를 중시하는 사회일수록 세율을 낮춰 AI 자본이 더 빨리 크게 하고, 현재를 중시하는 사회일수록 더 많이 걷으면 된다.

로봇세·컴퓨트세·토큰세

논문은 요즘 들어 실제로 논의되고 있는 AI 관련 세금 제안들을 이 틀로 하나씩 평가한다. 판단 기준은 세 가지다. 자본재 자체(stock)에 매기는가 그것이 제공하는 서비스(flow)에 매기는가, 중간재 사용에 매기는가 최종소비에 매기는가, 그리고 자본의 정상수익에 매기는가 지대에 매기는가. 그 바탕에는 1단계에서 생산에 쓰이는 자원의 정상수익에 과세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피터 다이아몬드(Peter Diamond)와 제임스 멀리스(James Mirrlees)의 ‘생산 효율성’ 정리가 있다.

제안경제적 성격주로 해당하는 단계저자들의 권고
컴퓨트세 (연산 자원 과세)재생산 가능한 자본주로 2단계AI 개발은 면제하고, AGI 주체에 과세
로봇세재생산 가능한 자본주로 2단계AGI가 소유한 로봇에만 과세
토큰세 (AI 사용량 과세)최종소비1단계사업자 간 거래는 면제하는 부가세 방식으로
로봇서비스세최종소비1단계서비스가 제공되는 시점에 과세
디지털서비스세최종소비1단계기존 부가세 체계와 통합

요컨대 1단계에서 로봇이나 컴퓨팅 자원 자체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하다. 생산적 AI 인프라 투자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대신 사람이 최종적으로 소비하는 AI 서비스에 부가세처럼 매기는 것이 1단계에 맞는 방식이다.

더불어, AI 전환의 단계별 정책 로드맵에서 특히 눈여겨볼 것은 1단계 이전, 곧 ‘준비 단계’에 놓인 수단들이다.

  •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 AI에 투자해 그 수익을 널리 나눈다.
  • 초과이윤 기여(windfall clause): AI 기업이 예외적인 수익을 공유하겠다고 자발적으로 약속한다.
  • 보편적 기본자본(Universal Basic Capital): AI 기업의 소유를 널리 분산시킨다.
  • 기술진보의 조향(steering): 노동을 증강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유도한다.

단, 조향에 대해서는 중요한 단서가 붙는다. 저자들은 노동이 심각하게 평가절하되고 나면, 즉 1단계가 완전히 실현되고 나면 노동을 보완하도록 기술을 조향하는 것은 효과를 잃는다고 주장한다. 조향에는 시한이 있다는 뜻이다.

2. Dynan et al. : α가 움직이면 재정에 무슨 일이 생기나

Karen Dynan, Douglas Elmendorf & Louise Sheiner (2026), 「How Might Fiscal Policy Respond to the Rise of Artificial Intelligence?」, NBER Working Paper No. 35437 (2026년 7월).

코리네크·록우드가 노동소득분배율이 0으로 가는 극한이라는 먼 미래의 설계도를 그렸다면, 다이넌·엘먼도프·샤이너는 같은 질문을 향후 30년이라는 현실의 시간 지평으로 끌어당긴다.

네 개의 예시 시나리오

실무 경제를 분석해 본 경험이 있는 학자들 답게, 출발점은 CBO의 30년 장기 재정전망이다. 이 전망에서 미국의 연방부채 비율은 2026년 GDP의 101%에서 30년 뒤 175%로 늘어난다. CBO 전망에는 기본적으로 향후 10년간 AI로 인한 연간 총요소생산성 증가율 상승분 0.1%p가 반영되어 있으며, 논문의 시나리오는 그 위에 추가되는 AI 효과를 가정한다.

시나리오연간 TFP 증가율일자리늘어난 소득의 귀착성장회계(필자)
① 불평등 없이 성장 제고 효과만 발생+0.5%p변화 없음기존 소득에 비례해 모두에게A↑, α 불변
② 소득 불평등이 커진다+0.5%p변화 없음자본·노동에 비례하되 전부 상위 20%에게A↑, α 불변, 가계 간 분배 악화
③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 생긴다+0.5%p2% 감소 (약 300만 명)②와 같음A↑, α 불변, 실업·이직 증가
④ 대규모 영구적 일자리 대체 속 자본의 승리+1%p6% 감소전부 상위 20%의 자본 소유자에게A↑↑, α↓

시나리오 ①에서 GDP는 기준 전망보다 10년 뒤 약 5%, 30년 뒤 16% 높아지고, 시나리오 ④에서는 10년 뒤 약 9%, 30년 뒤 35% 높아진다. 시나리오 ④에서 저자들은 자본과 노동의 소득분배율이 전통적 수준에서 거의 뒤집힌다고 표현하지만, 구체적인 분배율 수치는 제시하지 않는다. 단, 각각의 시나리오들은 예측이 아니라 예시라고 강조하며, 시나리오별 확률도 부여하지 않는다.

성장의 부채 완화 효과

네 시나리오 모두에서, 현행 법과 CBO의 전망 방법론을 그대로 두면 30년 뒤 국가부채 비율은 기준 전망보다 GDP의 39~49%p 낮아진다. 경제가 빨리 성장하니 빚 부담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다만, 저자들은 이 개선이 어디까지나 ‘조건부’ 시나리오임을 강조한다. 시나리오 ①의 개선분 39%p를 뜯어보면 이렇다.

  • 비이자지출의 GDP 대비 비중 하락: 30%p
  • 기존 부채의 상대적 부담 감소와 금리 상승 효과의 합: 7%p
  • 세입 증가: 2%p

세입 효과가 이렇게 작은 이유는, 미국에서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연 0.5%p 높아져도 30년 뒤 세입은 GDP 대비 0.14%밖에 늘지 않기 때문이다. 개선의 대부분은 지출이 경제 규모보다 덜 늘어나서 생긴다. 예컨대 미국 공적연금은 신규 수급자의 급여는 임금에 연동되지만, 이미 받고 있는 사람의 급여는 물가에 연동된다. 경제가 빨리 성장해도 기존 수급자의 연금이 그만큼 오르지 않으니, GDP 대비 지출 비중이 자연히 떨어진다. 즉, 부채비율 완화는 상당 부분 은퇴자의 생활수준이 일하는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데서 온다는 것이다.

성장이 두 배여도 세수는 같다 — α의 재정적 의미

사실 이 논문에서 가장 흥미로운 결과는 시나리오 ②와 ④의 비교다. 시나리오 ④의 생산성 증가는 ②의 두 배다. 그런데 30년 뒤 부채 감소폭은 두 시나리오가 똑같이 GDP의 49%p다. 이유는 늘어난 소득이 어떤 세율을 적용받느냐에 있다.

  • 시나리오 ②에서 늘어난 소득은 상위 20%의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에 섞여 들어가며, 상위 20% 가구의 평균 연방세율인 25.9%로 과세된다.
  • 시나리오 ④에서 늘어난 소득은 전부 자본소득이다. 저자들은 자본소득의 실효세율을 다음과 같이 어림한다. 정상수익을 내는 신규 투자의 한계세율은 설비 약 6%, 구조물 약 21%로 가중평균 약 10%다. 기존 자산과 초과수익에는 과세이연과 상속 시 취득가액 조정을 반영한 실효 자본이득세율 9%에 법인세율 21%를 결합해 약 28%를 적용한다. 둘을 반반 섞으면 19%이고, 탈세를 감안하면 약 15%다.
  • 15%는 25.9%보다 약 42% 낮다. 그래서 성장이 두 배여도 세수 효과는 같아진다.

즉, α가 움직이면, A가 두 배로 움직인 (생산성이 두 배나 상승한) 효과가 재정 측면에서는 완전히 상쇄된다. Korinek·Lockwood가 이론적으로 보인 것, 곧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아질수록 노동 기반 세원이 잠식된다는 사실을, 이 논문에서는 미국의 실제 세율 구조로 계산해 보인 셈이다. 같은 경제 규모라도 소득이 노동에서 자본으로 옮겨 가면 정부가 걷는 세금은 줄어든다.

정책 처방: 시나리오가 심각해질수록 대응도 커진다

저자들은 시나리오별로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을 단계적으로 정리한다.

성장만 빨라지는 경우(①)

  • 세입과 지출의 GDP 대비 비중을 예전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조정한다.

불평등이 커지는 경우(②)

  • 세금과 복지의 누진성을 강화한다.
  • 저소득층 대상 지원을 확대한다.
  • 또는 보편적이고 저렴한 공공서비스(유아교육, 직업훈련, 노인돌봄, 대중교통)를 늘린다. 저자들은 이 방식이 저소득층만 골라 지원하는 방식보다 정치적 지지를 얻기 쉽고 낙인 효과도 적을 수 있다고 본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경우(③): 실직자 지원 세 가지

  1. 실업보험 확대: 이미 있는 제도라 확대하기 쉽고, 실직 원인이 AI인지 따질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미국의 실업급여는 보통 26주라 전직에 필요한 기간보다 짧을 수 있다.
  2. 임금보험 도입: 재취업했지만 임금이 줄어든 사람에게 차액의 일부를 일정 기간 보전해 준다. 재취업을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 저자들은 모든 실직자가 아니라 대량해고나 산업 전환처럼 구조적 원인으로 실직한 사람에게 한정하는 절충안을 제안한다.
  3. 직업훈련 확대: 훈련 효과에 대한 실증 결과는 엇갈리지만, 기업 수요와 밀접히 연결된 산업 맞춤형 훈련은 크고 지속적인 소득 증가를 보였다.

일자리가 영구적으로 줄고 소득이 자본으로 쏠리는 경우(④)

  • 일자리 만들기: 민간 고용 보조, 공공 일자리(특히 노인·아동 돌봄), 조기 은퇴와 근로시간 단축.
  • 기본소득(UBI): 단, 1인당 연 1만 5천 달러만 줘도 연간 5조 달러가 넘게 든다. 국방비와 이자를 뺀 현재 연방 지출 전체와 맞먹는 규모다.
  • 자본과세 강화: 기존 세율 인상, 부유세, 소비세 확대, AI·디지털세 같은 선택지가 있다. 다만 국제 공조가 없으면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
  • 기업의 공적 소유: 국부펀드를 만들거나 국민 개인계좌에 주식을 넣어 주는 방안이다. 세율은 정권이 바뀌면 쉽게 바뀌지만, 정부가 가진 지분은 쉽게 처분되지 않는다. 또 세금은 대립적으로 느껴지는 반면 지분 보유는 국민과 기업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정리와 시사점

출발점과 방법은 다르지만, 두 논문은 몇 가지 지점에서는 놀랍도록 같은 결론에 다다른다. 두 논문이 모두 미국 경제를 배경으로 분석을 진행하기에, 우리나라 경제에 직접적으로 적용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음미해 보아야 할 교훈이 있다.

첫째, 핵심 변수는 성장률이 아니라 분배율이다. Korinek·Lockwood는 α가 0으로 가면서 근로소득세 세원기반이 무너지고, Dynan et al.은 α가 움직이는 순간 두 배의 성장이 재정에서 상쇄된다. AI가 만들어 내는 과실의 규모가 같더라도, 그걸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정부가 걷을 수 있는 몫이 달라진다.

둘째, ‘AI세’ 등 신규 세제 도입보다 세제 전반의 근본적인 개편이 더 중요하다. Korinek·Lockwood는 로봇세와 컴퓨트세를 1단계의 차선책으로 평가하고, Dynan et al.도 AI·디지털 과세를 자본과세 강화의 수단이라기보다 미래의 큰 산업에 과세하거나 그 진전을 늦추려는 수단으로 소개하는 데 그친다. 두 논문이 공통으로 주목하는 것은 오히려 노동과 자본 사이의 과세 불균형, 그리고 소비와 지대로의 세원 이동이다. 현재 조세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노동소득 중심 과세체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셋째, 조세·재정 정책 못지않게 노동 관련 제도의 개선도 필수적이다. Dynan et al.은 실업보험 확대, 임금보험 도입, 직업훈련·고용서비스 확대를 정책 처방의 한가운데에 놓고, 무엇보다 섬세한 설계가 성패를 가른다고 강조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24년 보고서도 같은 방향의 증거를 제시한다. 2000~2007년 미국에서 실업보험이 관대한 주에서는 로봇 도입으로 인한 임금 하락이 다른 주보다 약 3분의 2 작았다.

넷째, 기다리지 말고 지금 준비해야 한다. Korinek·Lockwood는 교란이 일어난 뒤의 급진적 개혁보다 미리 시작하는 점진적 전환이 낫다고 보고, Dynan et al.은 기다리는 사이 정책의 선택지 자체가 닫힐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에게 이 경고가 더 절실한 이유는 제도 변화에 걸리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모수개혁은 2007년 이후 18년 만에야 이루어졌다. 조세·재정 체계의 기본 구조를 바꾸는 일은 그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AI의 효과가 통계로 분명해질 때 논의를 시작한다면, 제도가 바뀌는 시점은 충격이 지나간 한참 뒤가 될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시장과 정부의 관계에 불변의 상수는 없다고 썼다. 조세·재정 체계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근로소득 중심의 조세체계와 임금 기반의 사회보험은, 사람이 일하고 그 대가로 번 돈으로 소비하는 경제를 전제로 설계된 것이다. 그 전제가 흔들린다면 제도도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도 그간 거대한 경제적 전환을 맞이할 때 재정 제도의 혁신을 이끌어내어 온 바 있다. AI 시대, 우리 사회에 맞는 재정 제도와 정책에 대한 고민이 더욱 치열해 지길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1. Korinek, Anton & Lee M. Lockwood (2026), 「Public Finance in the Age of AI: A Primer」, NBER Working Paper No. 34873. 원문
  2. Dynan, Karen, Douglas Elmendorf & Louise Sheiner (2026), 「How Might Fiscal Policy Respond to the Rise of Artificial Intelligence?」, NBER Working Paper No. 35437. 원문
  3. Dynan, Karen, Douglas Elmendorf & Louise Sheiner (2026.8.8), 「How the rise of AI matters for fiscal policy」, VoxEU Column, CEPR. 원문
  4. Harvard Griffin GSAS (2026), 「How AI Might Impact the Economy—and What Government Could Do About It」 (캐런 다이넌 인터뷰). 기사
  5. 「Former CBO chief: Congress isn’t grappling with AI’s fiscal impact」 (더글러스 엘먼도프 인터뷰), 2026.7. 기사
  6. Kaldor, Nicholas (1961), 「Capital Accumulation and Economic Growth」, in F. A. Lutz & D. C. Hague (eds.), The Theory of Capital, Macmil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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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Atkinson, Anthony B. & Joseph E. Stiglitz (1976), 「The Design of Tax Structure: Direct versus Indirect Taxation」, Journal of Public Economics, 6(1–2), 5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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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18년 만에 국민연금 개혁…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 상향」, 한국세정신문 (2025.3.20).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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