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계단은 높아졌나: 신입 일자리 시니어화의 증거와 빈칸

첫 계단은 높아졌나: 신입 일자리 시니어화의 증거와 빈칸 대표 이미지
이 글의 목차

“AI가 신입 일자리를 없앤다”는 문장과 “AI의 노동시장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는 문장이 요즘 같은 주에 나란히 보도됩니다. 둘 다 근거가 있는 문장입니다. 이번 글은 이 두 문장 사이에서 제3의 질문을 다룹니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첫 계단의 높이가 달라지고 있는가. 채용공고 데이터가 포착한 ‘시니어화(seniorisation)’ 현상을 정의하고, 뉴욕 연은이 공개한 미국 실업률 시계열로 역전의 지속 기간을 직접 계산하고, 한국은행이 국민연금 자료로 수행한 분석을 비판적으로 읽은 뒤, 신입 채용 축소가 몇 년 뒤 무엇을 남기는지 간단한 산수로 확인합니다. 그리고 이 그림과 어긋나는 증거들, 곧 아직 채워지지 않은 빈칸들을 정리합니다.

채용공고가 먼저 말한다: ‘시니어화’의 정의

출발점은 지난 6월 15일 발표된 PwC의 2026년 글로벌 AI 일자리 바로미터입니다. 27개 국가·영토에서 10억 건이 넘는 채용공고를 분석한 이 보고서는 신입 일자리에 관해 두 개의 수치를 제시합니다. 첫째, 미국의 신입(경력 0~2년) 공고 분석에서, AI 노출 최상위 4분위 직업군의 신입 공고에서 PwC가 ‘신규’로 분류한 새롭게 부상한 고유 스킬 가운데 52%가 전통적으로 시니어급이던 스킬이었습니다. 최하위 4분위에서는 이 비중이 7%에 그칩니다. PwC가 헤드라인으로 내세운 ‘7배’는 개별 공고의 확률이 아니라 이 두 비중의 비율입니다(분석 규모는 보도자료 기준 미국 신입 공고 240만 건). 둘째, 미국의 AI 노출 최상위 4분위 신입 공고 가운데 이렇게 ‘시니어화된’ 공고는 2019년 대비 35% 늘어난 반면, 그 외 신입 공고는 10% 줄었습니다(원문: “Job openings for these seniorised entry-level roles have grown 35% since 2019, while other entry-level roles shrank 10%”, PwC 보도자료).

PwC와 협력해 작성된 세계경제포럼(WEF)의 6월 보고서 ‘AI와 신입 일자리의 미래’는 범위가 다른 세 번째 숫자를 더합니다. 전 세계에서 취업 상태인 15~24세 청년의 37%가 AI로 인한 업무 변화에 중간 이상으로 노출된 직업에 종사하며, 동아시아는 이 비율이 75%에 이릅니다. 세 숫자의 모집단이 서로 다르다는 점은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7배와 +35%/−10%는 미국 채용공고(Lightcast 자료)의 통계이고, 37%는 전 세계 청년 취업자의 직업 분포 통계입니다. 그리고 공고에 적힌 요구 스킬과 제시 임금은 실제 채용과 실지급 임금이 아니라는 한계도 있습니다(PwC가 함께 발표한 ‘AI 스킬 임금 프리미엄 62%’도 공고의 제시 임금 차이이지, 개인 특성을 통제한 인과적 프리미엄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통계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살펴볼 가치가 있습니다. AI 노출이 큰 영역에서 신입의 자리가 통째로 사라졌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대신 이 공고 통계들은 신입에게 요구되는 것이 위로 밀려 올라가고 있다는 신호를 보여줍니다. 문제는 이것이 공고 문구의 변화에 그치는지, 실제 고용의 변화로 나타나는지입니다. 고용 데이터로 넘어가겠습니다.

미국: 63개월째 이어지는 역전, 원인은 아직 식별되지 않았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미국의 월별 노동력조사인 Current Population Survey(CPS)를 바탕으로 ‘신규 대졸자 노동시장’ 통계를 분기마다 갱신합니다. 뉴욕 연은이 공개한 이 월별·계절조정·3개월 이동평균 실업률 시계열을 내려받아, 1990년 이후 신규 대졸자와 전체 근로자의 격차, 그리고 연속 역전 구간을 직접 계산해 봤습니다.

미국 신규 대졸자의 실업률이 전체 근로자를 웃돌고 있다
그림 1: 미국 실업률 비교. 신규 대졸자(22~27세, 학사 이상), 청년 비대졸(22~27세, 학사 미만), 전체 근로자(16~65세), 대졸 전체(22~65세). 음영은 신규 대졸자 실업률이 전체 근로자를 12개월 이상 연속 상회 중인 기간. (자료: 뉴욕 연방준비은행 College Labor Market. 계산: 필자)

그림 1 원본 크게 보기

세 가지가 보입니다. 첫째, 2026년 3월 기준 신규 대졸자(22~27세, 학사 이상) 실업률은 5.6%로 전체 근로자(16~65세)의 4.2%를 웃돕니다. 이 역전은 2021년 1월에 시작되어 63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며, ‘12개월 이상 연속’이라는 기준을 적용하면 1990년 이후 유일한 에피소드입니다. 직전 최장 기록은 2019년 5월~2020년 3월의 11개월이었고, 그 밖의 역전은 모두 1~5개월에 그쳤습니다(기준을 먼저 정하고 계산한 결과이며, 세부는 아래 ‘수치의 기준’ 참조).

둘째, 이것을 ‘대졸 프리미엄의 소멸’로 읽으면 안 됩니다. 같은 연령의 비대졸(22~27세, 학사 미만) 실업률은 7.2%로 여전히 신규 대졸자보다 높고, 대졸 전체(22~65세)는 3.1%로 가장 낮습니다. 학위의 상대적 이점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례적인 것은 신규 대졸자, 곧 경력 사다리의 첫 계단에 서 있는 집단의 위치가 전체 근로자 대비 나빠졌다는 점입니다.

셋째, 그러나 이 관찰의 원인은 식별되지 않았습니다. AI 원인론의 대표 증거는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의 워킹페이퍼 ‘탄광 속 카나리아?’(Brynjolfsson·Chandar·Chen)입니다. 급여처리업체 ADP의 수백만 명 급여 기록으로, AI 노출이 큰 직업에서 22~25세 초기 경력자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16% 감소했다고 보고합니다(2025년 11월 개정판 기준이며, 아직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은 워킹페이퍼입니다). 반면 뉴욕 연은 이코노미스트들의 올해 6월 분석은 전혀 다른 용의자를 지목합니다. 원격근무가 확산된 직업일수록 청년 대졸자의 고용 악화가 컸고, 청년 대졸 실업률 상승분의 64%를 원격근무 확산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원문: “We estimate that remote work can explain 64 percent of the recent increase in unemployment among young college graduates.”). 원격근무가 신입 훈련·감독 비용을 높여 기업이 신입 채용을 꺼리게 되었다는 해석으로, AI를 굳이 부르지 않아도 되는 설명입니다. 역전이 ChatGPT 출시(2022년 11월)보다 앞선 2021년 초에 시작되었다는 점, 그리고 진학률 상승으로 ‘신규 대졸자’ 풀의 구성 자체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구성효과도 단일 원인론을 어렵게 합니다. 관찰은 뚜렷하되 귀속은 열려 있는 상태, 통화정책 글에서 쓴 표현을 빌리면 ‘관측과 식별의 간극’이 여기에도 있습니다.

한국: ‘연공편향’이라는 이름의 데이터

한국 쪽에는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 연구가 이미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30일 발표된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제2025-30호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연공편향(seniority-biased) 기술변화를 중심으로’(한진수·오삼일)입니다. 지난 글에서 다룬 ‘생산성 단절’ 노트와 같은 조사국 고용 연구 라인의 후속으로, 이번에는 설문이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자 행정자료(2025년 7월 기준 1,616만 명, 임금근로자의 71.8%)를 씁니다. 직업별 AI 노출도(Felten et al.의 AIOE)를 업종 내 직업 분포로 가중평균해 75개 중분류 업종에 부여하고, 업종을 노출 상위 50%와 하위 50%로 나눈 뒤, 연령대별 가입자 수 변화를 추적한 설계입니다.

핵심 결과가 아래 그림입니다. ChatGPT 확산기를 포함한 지난 3년(2022년 7월~2025년 7월) 동안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21.1만 개 줄었는데, 그중 20.8만 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사라졌습니다(기여율 98.6%).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0.9만 개 늘었고, 증가분의 3분의 2 이상(14.6만 개)이 바로 그 고노출 업종에서 나왔습니다. 같은 업종군에서 청년은 줄고 50대는 늘어난 것입니다(50대 가입자 증가에는 인구·경제활동참가 추세도 실려 있으므로, 절대 증감보다 노출도별 격차가 핵심 정보입니다).

연령대별 국민연금 가입자 증감: AI 고노출 vs 저노출 업종
그림 2: 연령대별 국민연금 가입자 증감(2022년 7월→2025년 7월, 만 명). 청년층 감소는 거의 전부 AI 고노출 업종에서, 50대 증가는 3분의 2 이상이 고노출 업종에서 발생했다. (자료: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제2025-30호 그림 4. 재구성: 필자)

그림 2 원본 크게 보기

주목할 세부가 셋 있습니다. 첫째, 저노출 업종의 청년 감소는 0.4만 개에 그칩니다. 다만 노트에 고·저노출 업종의 청년 가입자 기저 규모가 제시되어 있지 않아, 이 분해만으로 인구 감소 같은 연령대 공통 요인이나 청년의 취업 선호 변화를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둘째 증거가 더 중요합니다. 업종·시점 고정효과를 통제한 삼중차분 회귀에서도 같은 그림이 나옵니다. AI 노출도가 25퍼센타일 높은 업종에서 2022년 11월 이후 청년 고용 증가율은 50대보다 5.4%포인트 낮았습니다. 셋째, 노트가 ‘연공편향’이라는 이름을 붙인 근거는 절감의 분포입니다. 생성형 AI 사용자들이 보고한 업무시간 절감률은 경력 5년차 이하(4.0%)에서 가장 크고 연차가 쌓일수록 줄어듭니다(6~10년차 3.4%, 11년차 이상 2.9%). 이 수치는 행정자료가 아니라 노트가 함께 인용한 설문 조사(서동현 외 2025)에서 온 것입니다만, AI로 절감되는 업무가 저연차 쪽에 몰려 있다는 이 패턴은 채용공고의 시니어화와 방향이 맞닿아 있습니다. 한편 노출도 분위별 실질임금 격차는 유의하게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노트는 이를 임금 경직성 때문에 조정이 임금보다 고용에서 먼저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하면서도, 자료 제약상 임금 영향의 확정 판단은 어렵다고 유보합니다. 덧붙이면 가입자 수 증감만으로는 그 고용 조정이 채용 축소였는지 이직·해고였는지도 구분되지 않습니다. ‘신규 채용 마진의 조정’이라는 독법은 이 행정자료만이 아니라 앞 절의 채용공고 증거와 결합할 때 성립하는 추정입니다.

물론 이 노트의 한계도 그대로 옮겨 둡니다. 저자들 스스로 이렇게 씁니다. “본고에서 제시된 결과는 인과관계를 확정적으로 식별한 것이 아니다. 기업의 AI 도입은 임의적이지 않으며, 업종별 AI 노출도 또한 업종 고유 특성을 일정 부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청년 감소가 특히 컸던 곳은 고노출이면서 AI 보완도가 낮은 업종들로, ChatGPT 출시 이후 기준으로 정보서비스 −23.8%, 출판 −20.4%, 컴퓨터 프로그래밍 −11.2% 등입니다. 사실상 IT·지식 서비스 업종이어서, 2022년 하반기 이후의 글로벌 금리 인상과 테크 업황 조정이라는 경합 설명과 깔끔하게 분리되지 않습니다. 국민연금 자료는 상용직 중심이라(상용근로자의 96.7% 포괄) 초단시간·초단기 근로나 비임금 플랫폼 종사처럼 가입자로 충분히 포착되지 않는 일자리의 변동은 이 수치에 온전히 담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업종 단위 행정자료로 ‘누가 줄고 누가 늘었는가’를 연령×노출도로 분해해 보인 것은 현재 한국에서 이 질문에 관한 가장 직접적인 증거 중 하나입니다.

오늘 발표된 숫자

이 글이 게시된 오늘(7월 23일) 정오, 국가데이터처가 ‘202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첫 계단의 높이를 한국 쪽에서 재는 또 하나의 자료입니다. 최종학교 졸업(중퇴) 후 임금근로 첫 일자리를 잡기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지난해 조사에서 11.3개월이었습니다. 올해 수치는 11.2개월로, 0.1개월 줄며 사실상 제자리였습니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3.8%로 전년동월대비 2.4%포인트 하락했고, 최종학교 졸업자 중 현재 미취업자 가운데 미취업 기간이 1년 이상인 비중은 48.6%로 2.0%포인트 올랐습니다. 첫 취업 소요기간은 거의 그대로인 반면 전체 청년층의 고용률과 미취업 졸업자의 장기 미취업 비중은 악화된 셈인데, 세 지표는 모집단과 분모가 서로 달라 이를 곧바로 ‘첫 취업 기회의 감소’로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소요기간 지표 자체도 모든 청년의 현재 구직기간이 아니라 첫 일자리가 임금근로였던 사람의 회고적 평균이므로, 위 그림 2와 직접 병치하기보다 배경 맥락으로 읽는 것이 안전합니다.

신입 채용을 줄이면 무슨 일이 생기나: 조건부 산수

한국은행 노트는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전제한 뒤,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과 비용 절감 유인이 신규 채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으나 “엔트리 레벨 고용을 줄이면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인재 파이프라인이 약화될 수 있다”고 씁니다. 이 문장이 실제로 어떤 크기의 이야기인지, 간단한 산수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미리 강조하면 이것은 실측 데이터로 캘리브레이션한 모형이 아니라, 가정을 드러낸 조건부 산수입니다. 매년 신규 입직을 100으로 정규화하고, 2026~28년 3년 동안만 채용이 10%, 20%, 30% 줄었다가 2029년부터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가정합니다. 그 밖의 모든 조건(이탈률 등)은 시나리오 간 동일하며, 관심 대상은 입직 후 5~9년이 지난 인력(이하 ‘5~9년차’)의 풀입니다.

신입 채용을 3년간 줄이면: 5~9년차 인력 풀의 상대적 결손
그림 3: 2026~28년 신입 채용을 10·20·30% 줄일 때 5~9년차 인력 풀의 기준선 대비 편차. 표기된 최대 결손은 균등가중 기준이며, 밴드는 이탈률 프로파일 민감도(30% 시나리오에서 −22%까지). 개념적 산수 모형이며 실측 캘리브레이션이 아니다. (계산: 필자)

그림 3 원본 크게 보기

결과의 구조는 단순합니다. 이 가정 아래에서라면 채용 감소의 효과는 당장은 보이지 않다가, 축소 코호트가 연차를 쌓는 2031년부터 5~9년차 인력 풀에 도착하기 시작해 2033~35년에 바닥을 치게 됩니다. 3년간 채용을 30% 줄이면 그 무렵 5~9년차 풀은 균등가중 기준으로 최대 18% 얇아집니다(채용 감소 10%면 6%, 20%면 12%). 여기서 예시한 두 이탈 프로파일(잔존율 연 80%, 90%) 안에서는 최대 결손이 −18%에서 약 −22%로 바뀌는 정도입니다. 오늘 아낀 신입 한 명의 비용이 청구되는 시점은 오늘이 아니라 5~9년 뒤, 중간 연차 인력이 비는 순간이라는 것이 이 산수의 요점입니다. 3·4·5 비전을 다룬 글에서 본 청년 인력 양성·일자리 목표가 정책의 앞자리에 놓인 것도 이 구조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여러 기업이 같은 시기에 채용을 줄인다면, 몇 년 뒤 경제 전체의 중간 연차 인력 풀도 같은 산수를 따라 얇아질 수 있습니다.

빈칸: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들

여기까지의 증거를 뒤집는 쪽의 연구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직하게 나란히 놓겠습니다.

가장 강한 반대 증거는 덴마크입니다. Humlum과 Vestergaard의 워킹페이퍼(‘Still Waters, Rapid Currents’, 2026년 3월 개정판)는 AI 챗봇 노출이 큰 11개 직종의 근로자 2만 5천 명과 사업장 7천 곳의 설문을 행정기록과 연결해, 소득과 근로시간에 대해 2%보다 큰 효과를 배제하는 정밀한 영(null) 추정치를 보고합니다(원문: “we estimate precise null effects on earnings and recorded hours”). 그리고 개정판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사업장 수준의 고용, 채용·이직의 구성, 일자리 창출·소멸률, 그리고 초기 경력자(22~25세) 고용 비중까지 직접 봅니다. 챗봇 사용을 장려한 사업장에서 초기 경력자 비중이 차별적으로 줄었다는 증거는 없었고, 0.33%포인트보다 큰 효과는 배제됩니다(원문: “no differential changes in the employment share of early-career workers at adopting workplaces”). 덴마크에서도 초기 경력자 고용 비중 자체는 줄었지만, 그 감소를 기업의 AI 도입으로 돌릴 증거는 찾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도입은 빨랐는데 변화는 검출되지 않았다는, 생산성 단절 글의 한국 결과와도 닮은 그림입니다. IMF도 별도의 분석에서 덴마크 노동시장의 대체 위험을 점검했는데, 이는 위 논문과 저자도 방법도 다른 문서입니다(둘을 혼동해 인용하는 경우가 많아 적어 둡니다).

Anthropic의 올해 3월 연구는 더 조심스럽게 읽어야 합니다. 자사 AI 사용 데이터로 만든 새 노출도 지표를 미국 CPS와 결합한 이 연구의 헤드라인은 ‘노출 상위 직업에서도 실업률 영향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같은 연구가 “노출 직업에서 청년 채용이 둔화되었다는 시사적 증거”(원문: “suggestive evidence that hiring of younger workers has slowed in exposed occupations”)를 함께 보고합니다. 노출 직업에서 22~25세가 전월에 없던 일자리를 새로 시작하는 비율, 곧 월간 새 일자리 시작률(job finding rate)이 2022년 대비 약 14% 낮아졌는데, 통계적으로는 간신히 유의한 수준이라는 내용입니다. 이 연구를 순수한 반대 증거로 분류할 수도, 시니어화 가설의 지지 증거로 분류할 수도 없는 이유입니다.

‘덴마크 연구는 재직자만 재고, 미국·한국의 신호는 채용 마진에서 잡히니 둘은 공존한다’는 편리한 화해는, 개정판이 채용 마진까지 직접 확인한 이상 성립하지 않습니다. 남는 정합적 독법은 더 좁고 더 조심스럽습니다. 덴마크 연구의 식별은 ‘챗봇 사용을 장려한 사업장 대 그렇지 않은 사업장’의 비교입니다. 따라서 개별 기업의 도입 여부와 무관하게 노동시장 전반에 함께 나타나는 변화(예컨대 채용공고의 요구 조건이 시장 전체에서 같이 높아지는 현상)는 이 비교에 잡히지 않을 수 있고, 실제로 저자들도 덴마크의 초기 경력자 비중 감소 자체는 확인하면서 그 원인은 열어 둡니다. 노동시장 제도와 도입 깊이의 국가 간 차이, 그리고 시차도 후보입니다. 그러나 이 독법들은 필자의 추측이지 어느 연구가 검증한 명제가 아니며, 덴마크 결과는 ‘측정 대상의 차이’로 해소되는 증거가 아니라 채용 마진에서도 남는 실질적인 반대 증거로 읽는 것이 정직합니다. 반대 방향의 단서도 그대로입니다. 미국의 역전이 ChatGPT 이전에 시작되었다는 사실, 원격근무가 상승분의 64%를 설명한다는 뉴욕 연은의 추정, 고노출 업종과 테크 업황 조정의 중첩. ‘효과 없음’이 입증된 것도, ‘AI 때문’이 식별된 것도 아닌 상태, 그것이 2026년 7월 현재 이 질문의 정확한 좌표라고 필자는 판단합니다.

첫 계단의 비용은 나중에 도착한다

정리하겠습니다. 지금 데이터에서 관찰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미국 채용공고에서 AI 노출이 큰 신입 직무의 요구 조건이 위로 밀리고 있다는 것(시니어화), 미국 신규 대졸자의 실업률이 역대 유일하게 63개월째 전체 근로자를 웃돌고 있다는 것, 그리고 한국의 청년 일자리 감소(국민연금 가입 기준)가 AI 고노출 업종에 거의 전부 집중되어 있고 같은 업종에서 50대는 늘었다는 것. 아직 식별되지 않은 것은 이 관찰들의 원인입니다. AI, 원격근무, 금리와 업황, 인구, 그리고 대졸자 풀의 구성 변화까지. 후보는 많고 판정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처방의 언어도 확정이 아니라 보험의 언어가 됩니다. WEF 보고서의 권고도 같은 방향입니다. 신입 채용을 시혜가 아니라 전략적 인력계획의 명시 항목으로 두라는 것입니다. 그림 3의 산수가 보여주듯, 신입 채용 축소의 비용은 지금 재무제표가 아니라 5~9년 뒤의 인재 파이프라인에 청구되기 때문입니다. 첫 계단이 사라졌다고 결론 내릴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다만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가 여러 데이터에서 동시에 깜빡이고 있고, 그 신호가 맞다면 비용을 치르는 것은 지금의 청년 코호트와 미래의 중간 연차 인력 풀입니다. 이번 청년층 부가조사, 그리고 한국은행 고용 연구 라인의 다음 노트가 이 빈칸들을 하나씩 채워 줄 것입니다. 채워지는 대로 이 지면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 수치의 기준

펼쳐 보기: 자료와 계산 방법 상세

PwC·WEF 수치의 모집단과 정의. ‘7배’는 개별 공고의 확률이 아니라, AI 노출 최상위 4분위 대 최하위 4분위 직업군에서 PwC가 ‘신규’로 분류한 새롭게 부상한 고유 스킬 중 전통적 시니어 스킬이 차지하는 비중(52% 대 7%)의 비율입니다. ‘신규 스킬’은 해당 직업의 2025년 신입 공고 전체에서 10회 초과 언급되면서 2019년에는 5회 이하였던 스킬(직업 단위 집계)이고, ‘전통적 시니어 스킬’은 같은 노출 4분위 안에서 2019년 경력직 공고에 50회 초과, 신입 공고에 5회 이하 언급된 스킬입니다. ‘+35%/−10%’는 미국 AI 노출 최상위 4분위 신입 공고의 2019→2025년 변화로, PwC가 보고서 주석의 기준(신규이면서 전통적 시니어인 스킬의 언급)에 따라 ‘시니어화’로 분류한 공고와 그 외 공고의 비교입니다. 다만 이 분류의 집계 단위(개별 공고 대 직업)는 원문 주석과 방법론 박스 사이에 다소 모호함이 남아 있습니다. 분석 데이터는 Lightcast이며, ‘미국 신입 공고 240만 건’은 보고서 PDF가 아니라 PwC 보도자료에 제시된 수치입니다. ‘37%’는 전 세계 취업 상태 15~24세의 직업 분포(ILOSTAT 결합) 기준입니다. ‘AI 스킬 임금 프리미엄 62%’(정확히는 61.9%)는 같은 섹터 내 AI 스킬 명시 공고와 미명시 공고의 제시 임금 차이를 16개 섹터에서 평균한 값입니다.

그림 1(뉴욕 연은). 분석 입력자료는 뉴욕 연은 College Labor Market 인터랙티브가 로드하는 실업률 시계열 CSV(1990년 1월~2026년 3월, 2026년 5월 5일 갱신분)로, 실업률 산출은 뉴욕 연은이 한 것이고 필자의 계산은 격차와 연속 역전 구간의 산정입니다. 정의는 원문 기준으로 신규 대졸자=22~27세 학사 이상, 청년 비대졸=22~27세 학사 미만, 전체 근로자=16~65세, 대졸 전체=22~65세 학사 이상이며 재학생은 제외됩니다. 실업률은 계절조정된 3개월 이동평균(월별)이고, 2025년 10월 값은 원자료 결측으로 뉴욕 연은이 추정한 수치입니다. ‘역전 에피소드’는 신규 대졸자 실업률이 전체 근로자를 12개월 이상 연속 상회한 구간으로 사전 정의했습니다. 언론에 흔히 인용되는 ‘전체 4.3%’는 이 데이터셋의 전체 근로자 계열(16~65세, 계절조정·3개월 이동평균)과 정의가 달라 수치가 다릅니다(이 계열 기준 2026년 1분기 평균은 4.2%).

그림 2(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제2025-30호(한진수·오삼일, 2025년 10월 30일)의 그림 4에 인쇄된 수치를 그대로 옮겨 재구성했습니다(BOK 이슈노트 No.2025-30에서 인용). 국민연금 가입자 수(산업 중분류·연령대별, 계절조정)의 2022년 7월 대비 2025년 7월 증감이며, 연령대별 합계와 노출도별 합의 차이(예: 청년층 −20.8−0.4=−21.2 대 −21.1)는 원문 반올림에 따른 것입니다. AI 노출도는 Felten et al.(2021)의 직업별 AIOE를 2024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의 업종 내 직업 분포로 가중평균해 75개 중분류 업종에 부여한 값이고, 고노출은 상위 50%(3~4분위)입니다. 본문의 업종별 감소율(정보서비스 −23.8% 등)은 ChatGPT 출시(2022년 11월) 이후 청년 가입자 감소율 기준입니다. 노트는 한국은행의 공식 견해가 아닌 집필자 개인 의견입니다.

그림 3(조건부 산수). 매년 신규 입직 100 정규화, 2026~28년만 채용 δ∈{10%, 20%, 30%} 감소 후 복귀, 5~9년차 풀 P(t)=Σₖ₌₅⁹ wₖ·H(t−k). 기본 가중은 균등(wₖ=1)이고, 밴드는 wₖ=pᵏ(p=0.8, 0.9), 곧 연 일정 비율로 이탈해 최근 코호트의 비중이 커지는 프로파일입니다. 균등 가중에서 최대 결손은 정확히 −0.6δ(2033~35년)이며, 이는 5개 코호트 창 중 3개가 축소 코호트인 데서 나오는 산술적 결과입니다. 실측 캘리브레이션이 아니며, 채용 감소 외 모든 조건은 시나리오 간 동일하다는 가정 위의 계산입니다.

🔗 참고자료

펼쳐 보기: 참고자료 전체 목록

본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무관합니다.

AIEconLab

운영진 코멘트

코멘트는 이 페이지에서 누구나 읽을 수 있습니다. 작성은 등록된 운영진 GitHub 계정만 가능합니다.

아래 입력창에서 GitHub로 로그인한 뒤 바로 작성하세요. 저장소 협업자 계정의 코멘트만 등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