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 인공지능 분업구조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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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가 18세기에 <국부론 (The Wealth of Nations) >을 집필한 이래, 경제학은 이론적으로나 방법론적으로나 눈부신 발전을 이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의 핵심 원리를 단 하나 꼽으라면 필자는 주저없이 분업(division of labor)의 원리를 고른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든 유명한 “핀 공장의 예시 (pin factory example)”를 보면, 분업을 통한 생산성 향상의 원리는 자명하다. 여러 명의 노동자가 각자 핀을 하나씩 만들기보다 한 사람은 철사를 펴고, 한 사람은 철사를 자르며, 한 사람은 끝을 날카롭게 하는 등 일부 과업에만 집중하도록 하면 비교할 수 없이 많은 핀을 생산해낼 수 있는 것이다. 산업혁명 시기, 컨베이어 벨트로 대표되는 공장 구조화는 이러한 철저한 분업의 원리를 기반으로 구성되어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수준의 대량생산을 가능케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분업이라는 경제학의 핵심 원리는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의 원리와 만나 더욱 극대화된다. 즉, 단순히 노동자들에게 각각의 과업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각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더 잘 하는 일을 맡김으로써 추가적인 생산성 증대를 꾀할 수 있는 것이다. 철사를 제일 잘 펴는 사람에게 철사를 펴게 하고, 철사를 제일 잘 자르는 사람에게 철사를 자르게 함으로써 스미스의 핀 공장은 각 노동자들의 장기를 살리는 효율적인 하나의 생산기계가 된다. 자본과 노동이 결합된 현대의 생산체계 역시 큰 틀에서 이러한 분업원리로 구성된다. 이미 육체적 완력이나 지속성에서 기계를 결코 따라갈 수 없는 인간이 여전히 공장에 남아있는 이유는 기계의 배치와 쓸모를 설계하고, 기계가 수행할 수 없는 고도의 사고능력을 발휘하며, 기계가 미처 못 잡아내는 오류마저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과 자본(기계)이 상호 보완적인 투입요소가 되는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의 수준에 근접한 사고능력을 가진 기계를 등장하게 함으로써 기존의 “사고(thinking) - 수행(action)”에 기반한 “인간 - 기계 “분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에 명백한 인간의 우위로 여겨졌던 일부 사고영역(대표적으로 자연어 처리, 패턴 인식 등)에서 기계가 놀랄만한 성능을 보임으로써, 이제 새로운 인간 – 기계간 분업구조는 “사고A (thinking A, 창의성 등 고도화된 사고활동) – 사고 B (thinking B, 사고 A만큼 고도화되지 않은 모든 사고활동)” 형태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고 수행을 주 업무로 하는 화이트칼라 직종의 경우 인공지능과의 분업구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형성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생산성이 완전히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체적인 알고리즘의 목표와 방향성을 설계하면, 인공지능이 이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실제 코딩을 제안하고, 프로그래머는 다시 인공지능의 초안을 리뷰, 발전시켜 알고리즘을 완성시키는 식이다. 현재 인공지능이 수행하는 “사고 B”의 속도와 품질은 이미 인간과의 비교우위를 활용한 진정한 분업을 가능케 함으로써 각 개인 노동자를 관리자 – 근로자로 구성된 하나의 고도화된 스마트 조직으로 탈바꿈시킨다.

이런 관점에서, 인공지능이야말로 그 전의 어떤 기술과도 비교 불가능한 수준의 진정한 노동 보완적 기술 진보(Labor-augmenting technological progress)가 될 폭발적인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즉, 기존 경제학의 요소투입(노동, 자본, 토지)에 기반한 경제 성장률의 체감(diminishing growth)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저출산으로 인해 지속가능한 노동 공급이 제약되는 대한민국 경제를 살릴 하나의 희망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노동생산성 극대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즉, 점차 줄어드는 노동력을 인공지능으로 보완하여 각 개인이 기존 노동자들이 보여주지 못한 수준의 압도적인 ‘성능’을 보임으로써 우리 경제의 파이를 키워갈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사회적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하고, 치밀한 제도설계를 해 나가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족을 덧붙이자면, 찰리 채플린의 영화들이 보여주듯이 자본주의 하 노동의 소외 역시 극도의 분업화에서 나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공지능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대한 고민 못지않게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경제적∙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도 지속해 나가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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