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내리고, 한국은 올렸다: IMF가 공식화한 'AI 경제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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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이 흥미로운 발표를 내놓았습니다. 7월 세계경제전망(WEO) 수정치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은 내리면서(3.0%, -0.1%p), 한국의 성장률 전망은 30개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올린 것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이 흐름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 두 가지 질문을 국제거시경제의 눈으로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1. 30개국 중 최대 폭 상향: 숫자로 보는 IMF 7월 전망

IMF가 7월 8일 발표한 수정 전망의 핵심 숫자는 이렇습니다.

  • 한국 2026년 성장률: 1.9% → 2.6% (+0.7%p), 30개 주요국 중 최대 폭 상향
  • 한국 2027년 성장률: 2.1% → 2.5% (+0.4%p), 내년 전망까지 함께 상향
  • 세계 2026년 성장률: 3.0% (-0.1%p), 반대로 하향

전망 상향의 출발점은 1분기 ‘성장률 서프라이즈’였습니다. 한국 경제는 1분기에 연율 7.5% 속도로 성장했는데, 이는 IMF가 불과 석 달 전 4월에 내다봤던 성장 경로(연율 약 1.8%)의 네 배에 달합니다. IMF는 상향의 이유를 명확하게 적었습니다. 반도체와 AI 관련 제품의 수출 호조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이 하나 있습니다. 상반기 세계 경제는 중동 정세 불안과 에너지 가격 변동이라는 악재를 통과했습니다. 한국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인데도, 반도체 수출의 힘이 에너지발 충격을 압도한 것입니다.

2. ‘AI 하드웨어 수출국’이라는 새로운 리그

이번 발표에서 진짜 중요한 대목은 한국 개별 전망이 아니라, IMF가 세계 경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구분선입니다.

IMF 집계에 따르면, 세계의 대표적인 AI 하드웨어 순수출국 4개국, 즉 한국,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는 1분기 성장률이 전망치를 평균 4.4%p 상회했습니다. 반면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는 전망치를 0.3%p 하회했습니다. 베트남 역시 기술 수출 호조로 2026년 전망이 7.5%로 상향됐습니다.

같은 시기, 같은 세계 경제 안에서 한쪽은 전망을 크게 뛰어넘고 다른 쪽은 미달한 것입니다. 한 세대 전 세계 경제의 운명을 갈랐던 질문이 “원유를 파는 나라인가, 사는 나라인가"였다면, 지금 그 자리에 새로운 질문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AI 칩을 파는 나라인가, 사는 나라인가.”

AI 인프라 투자 붐이 만들어낸 수요가 특정 국가군의 수출과 성장으로 집중되면서, AI가 국가 간 성장 격차를 벌리는 거시 변수로 공식 등판한 셈입니다.

3. 성장의 엔진: ‘오늘의 수요’와 ‘미래의 생산성’ 사이

그렇다면 이 성장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IMF의 진단에는 경제학적으로 곱씹을 만한 단서가 들어 있습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칩·서버·데이터센터 투자는 ‘오늘의 수요’ 를 밀어올리고 있습니다. 공장이 돌고, 수출이 늘고, 건설이 일어납니다. 반면 AI가 약속하는 ‘생산성 향상’, 즉 물가 압력을 낮추고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효과는 아직 대부분 미래의 몫입니다.

수요는 먼저 오고 공급 능력의 개선은 나중에 온다는 것. 이는 AI 투자 붐이 당분간 성장률을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인플레이션 압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투자가 결국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느냐가 이 사이클의 ‘해피엔딩’ 여부를 결정합니다.

4. 이 성장은 지속될까? 한국은행의 ‘변심’이 말해주는 것

공교롭게도 같은 주에, 국내에서도 의미 있는 태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반도체 경기 ‘고점론’에 대한 한국은행의 입장입니다.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한은은 “(반도체 상승 사이클이) 2027년까지 갈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며 신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 한은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는 상당 기간 확장세를 이어갈 전망” 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이번 반도체 확장 국면이 2023년 3월부터 40개월째 이어지며 과거 평균(29개월)을 이미 훌쩍 넘겼는데도, 고점이 아니라 지속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근거는 명확합니다. AI 인프라 투자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 비해, 공급 확대 속도가 그걸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반대편 신호도 있습니다. 7월 초 글로벌 AI·반도체 주가는 밸류에이션 부담 속에 가파른 조정을 겪었고, 오픈소스 AI 모델의 확산이 “이만한 인프라 투자가 정말 다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 논쟁은 저희 블로그의 오랜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2024년 9월, 저희는 〈AI 붐, 알고보면 거품인가?〉라는 글에서 AI 투자 붐의 거품 가능성을 다뤘습니다. 그로부터 약 2년, 거품론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실물 수요가 회의론을 앞질러 왔습니다. 중앙은행이 공식 전망의 언어를 바꿀 만큼 말입니다.

5. 격차의 시대, 한국에 남는 질문들

이번 상향 조정은 분명 반가운 소식입니다. 다만 국제거시의 관점에서는 축배와 함께 세 가지 질문을 남겨두고 싶습니다.

첫째, 집중의 양면성입니다. 성장의 엔진이 반도체 한 곳에 집중될수록, 사이클이 꺾일 때의 하방 위험도 그만큼 커집니다. 전망치를 4.4%p 웃돈 나라들은, 뒤집어 말하면 AI 사이클 반전 시 가장 크게 흔들릴 나라들이기도 합니다.

둘째, 사이클과 구조의 구분입니다. 수출 서프라이즈는 사이클의 선물이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은 구조에서 나옵니다. IMF가 지적했듯 AI의 생산성 효과는 아직 미래형입니다. ‘AI를 파는 나라’의 호황을 ‘AI로 생산성을 올리는 나라’의 실력으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진짜 과제입니다.

셋째, 격차의 지속성입니다. AI 하드웨어 수출국과 나머지 세계의 격차가 벌어질수록, 무역·환율·자본흐름을 통한 파급과 정책 마찰의 소지도 커집니다. ‘AI 격차’는 이제 기술 이슈가 아니라 국제거시 이슈입니다.

2년 전 우리는 “거품인가?“라고 물었습니다. 이제 질문이 바뀌어야 할 때인지도 모릅니다.

“이 붐이 끝나기 전에, 우리는 무엇을 만들어둘 것인가?”

🔗 참고자료


본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무관합니다.